행복을 묻고 사랑을 답하다. 캄보디아 의료봉사활동 수기
글. 추현식 한양대학교병원 16층 병동 간호사 / 사진. 함께한대
의료봉사팀은 캄보디아 시하누크빌에서도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빵따뿌롱’ 마을로 향했습니다. 첫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의료봉사팀이 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마을 주민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줄지어 모여있었습니다.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하루 200명을 목표로 진료를 시작했고, 캄보디아 라이프 대학의 간호학과 및 조산학과 4학년 학생 10여 명이 원활한 소통을 위해 통역을 도왔습니다. 첫날은 치과의 인기가 가장 높았습니다. 치과에서는 발치 환자에게 칫솔을 나누어주며 양치질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의료봉사팀은 개인위생 교육도 잊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개인위생에 대한 무지로 질환을 예방할 수 없었고, 가난때문에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들을 방치해 악화시키고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Chunny’라는 남자 환자였습니다.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가 골절되어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만성골수염으로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첫 진료에서 거즈로 덮인 상처부위를 보는 순간 의료진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얀 뼈를 드러낸 정강이는 이미 감염된 상태였고, 그대로 방치하면 얼마 되지 않아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봉근 한양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님께서는 하지 절단이 현실적인 치료라고 하셨지만 환자는 당장 수술을 위해 수도 프놈펜으로 갈 여비조차 없었습니다. 함께한대 단원들과 라이프 대학은 봉사 마지막 날 모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곳에 함께 온 봉사단원들의 모금액과 라이프 대학 측의 후원을 통해 Chunny는 다행히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은 마음이 모여 한 생명을 살리게 된 것입니다. 의료봉사팀은 8박 9일간의 일정 속에서 약 800여 명의 빵따뿌롱 마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진료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을 걸어온 사람도 있었고, 오랜 시간을 기다린 사람도 많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주어진 삶에 감사할 줄 아는 그들의 마음가짐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짧은 일정이었지만 캄보디아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회상하며 많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성장해, 간호사라는 직업으로 일하는 것에 더욱 더 감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이 지구 반대편에 폭풍우를 일으키는 것처럼 함께한대가 캄보디아에 남기고 온 작은 나눔이 언젠가는 거대한 희망으로 돌아오길 소망합니다.
201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