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병원

안녕하세요 선생님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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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 아닌 환자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의사

한양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최규선 교수

자기 자신도 누군가의 보호자이기에 누구보다 환자의 보호자를 잘 이해하려고 귀를 쫑긋 세우는 최규선 교수. 매사에 진중하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성품은 진료를 볼 때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병을 치료하기보다 환자를 치료하려는 의사, 그렇기에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다독이는데 집중하는 최규선 교수를 만났다.

병원에서의 기억이 만든 꿈, 의사

어린 시절 그런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아파서 부모 손을 잡고 병원에 따라갔는데 자신보다 한참은 커 보이는 어른이 이곳저곳 아픈 곳을 물어보고 처방전을 써주던 장면. 어떤 병이든 다 고쳐줄 것만 같은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가 영웅처럼 보였던 기억 말이다.

​최규선 교수가 기억하는 의사라는 꿈 역시 병원에서 시작되었다. ‘나도 사람을 고쳐주고 싶다’라는 어린 아이의 막연한 생각이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면서 구체화되었고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냈다.

“우리가 흔히 ‘마음이 아프다’라는 말을 해요. 막연하게 마음, 그 마음이 무엇일까 궁금했어요.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지만 사실 뇌가 그렇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거든요. 뇌라는 기관은 거의 모든 부분과 연결되어 있어요. 이런 부분이 뇌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만들었고, 저를 신경외과로 이끌었답니다. 신경외과에서는 뇌를 진단을 하고 약으로 치료하는 것을 넘어 직접 수술을 통해 문제가 되는 부분을 고치고 바꿔주고, 혹은 시술로 혈관을 고쳐 주기도 합니다. 특히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었어요.”

신경외과에서는 크게 종양, 뇌혈관질환, 척추질환, 두부외상, 신경계의 기능 이상(통증, 운동장애 등), 선천성 질환, 퇴행성 질환으로 분류하여 해당 분야에 정통하신 교수님들이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규선 교수는 신경외과에서도 뇌혈관 분야 수술을 담당한다.

“모든 환자는 어딘가 아프고, 그래서 걱정이 많고, 특히나 환자를 향한 보호자의 걱정이 큽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와보호자가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환자가 불편한 점이 있다고 하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우선 들어보고 저와 같이 일하는 팀과 합심해 최대한의 도움을 드리려고 많이 고민해요. 그런 환자가 무사히 잘 퇴원해서 돌아가면 기분이 좋고 보람찹니다. 물론 상황이 좋지 못할 때도 있어요. 뇌질환 환자가 급성기에 오면 예후가 좋지 않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는 환자의 상태를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환자가 상태를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환자 생각에 웃음짓는 나날

환자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의사는 어떤 의사일까? 병원에 왔을 때의 첫인상, 진료를 받을 때 자세하게 해주는 설명, 마지막 진료를 받을 때의 결과 등등. 하지만 이런 구체적인 조건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와 공감이다. 많은 환자가 오고 가는 병원에서 그 순간순간을 기억하고 있는 의사, 몸이 아파 병원에 가는 것이 무섭지만 웃으며 나를 반겨주는 의사, 바로 최규선 교수다.

“미리 질환을 발견해서 문제없이 병원 문을 나선 환자도 기억이 나지만 뜻하지 않게 고생을 했던 환자가 더 기억에 남아요. 오랫동안 병원에서 고생을 하다 회복 후 외래를 다니는 환자, 의식도 없고 마비도 있었지만 이제는 말도 하고 걸어 다니는 환자를 보면 감동스럽기도 해요. 자만심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신경외과 의사가 환자의 길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규선 교수는 말한다. 수술과 다양한 치료방법에도 끝내 세상을 달리한 환자의 보호자가 찾아와 고맙다고 말할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참과 고마움을 느낀다고.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의사와 보호자 모두 가슴 아픈 일이지만 결과보다 과정에, 환자의 전 과정을 함께 겪어온 사람에게서 듣는 ‘고맙다’라는 말은 응원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어떤 보호자 분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봐주셔서, 어머니가 남은 인생을 잘 보내다 갈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그런 말을 들을 때 정말 울컥하죠. 예후가 좋지 않던 환자가 다시 건강해진 모습을 보면 ‘역시 의사가 되길 잘했다’ 싶기도 합니다. 그런 날은 집에 가서 가족에게 자랑을 해요. ‘아빠가 환자 살렸다’ 하면서요.”

수술 참관과 토론으로 즐거웠던 해외연수

최규선 교수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1년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UC Irvine)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이곳에서 뇌를 감싸고 있는 두개골의 바닥 면인 두개저 수술 권위자도 만났다.

“두개저 수술에서는 뇌를 많이 견인해야 되는데 뇌의 구조 자체가 복잡하고 중요한 신경이나 혈관이 많아 상당히 난도가 높아요. 합병증 발생률도 높고요. 정말 어려운 수술입니다. 두개저 수술 권위자를 만나 수술 참관도 하고 함께 토론을 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또한 개두술 같은 수술적 치료도 하지만 현미경을 통해 혈관 내로 미세한 도관을 올려서 시술도 하고 있는 최규선 교수는 이번 해외연수에서 같은 분야의 교수를 만나 논의하는 등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UC Irvine의 운영 시스템과 교육 과정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의과대학 학생 때는 몰라도 교수가 되어 진료하고 수술하는 지금은 다른 사람이 하는 수술을 참관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이번에 참관을 해보니 제가 어떻게 수술을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뇌혈관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피는 어떻게 흘러가며, 병은 어떻게 생기고, 우리가 치료했을 때 혈류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토의도 하고 공동 연구 이야기까지 하며 즐겁게 보냈어요. 정말 유익한 해외연수였습니다.”

질병이 아닌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지금까지 해온 시간만큼 앞으로 달려나갈 시간이 더 많은 최규선 교수.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일에 몰두하면서 놓치는 것, 소중한 것에 대해 소홀해지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둔다. 대표적으로 가족, 그리고 자신의 건강이 1순위다. 자신이 가치 있어 하는 일,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 오래 이 자리에 남을 수 있게 자신과 주변을 둘러보는 일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어요. 그 좋은 일에는 환자를 열심히 보는 것은 물론이고요. 넓은 의미에서 봤을 때 교수로서 교육에도 힘쓰고 꾸준히 연구도 하고 싶어요. 앞서 공부해온 지식은 앞으로 서서히 없어지거든요. 시대는 계속 변화하고 있어서 지금의 흐름에 맞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지금 하고 있는 혈류 역학 연구에도 힘을 쏟고 싶습니다.”

최규선 교수가 마음을 쏟는 것은 또 있다. 늘 생각하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마음. 최규선 교수는 “저도 가족이 있고 부모님이 있잖아요. 언제든 우리 가족이 환자가 되고, 제가 보호자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보호자의 마음이 더 이해가 됩니다. 모두에게 소중한 각자의 가족에게 최선의 치료를 하고, 결과를 떠나 ‘내가 조금은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 그리고 그냥 막연하게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 저는 제 일을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가치관이 확실하기에 오롯이 자기 자신을 믿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 질병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환자가 어떤 말을 하는지 잘 들어주는 이해와 경청의 마음, 환자가 가지게 될 위험 요소를 중요시하고 이를 올바르면서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최선까지. 최규선 교수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무척이나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의사는 질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점점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이 생기는데 사실 자신과 자만은 종이 한 장 차이거든요. 저도 한 번씩 머리를 세게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항상 매사에 진중해지려 하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려고 해요.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렇게 저만의 길을 나아가겠습니다.”

202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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